사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쌔근쌔근’은 ‘새근새근’보다 느낌이 확실히 세다. 그래서 ‘쌔근쌔근’ 자는 아이는 ‘새근새근’ 자는 아이에 비해 더 큰 숨소리를 내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이런 차이는 ‘쑤군쑤군’과 ‘수군수군’, ‘쫑알쫑알’과 ‘종알종알’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잡동사니가 들어 있는 서랍을 뒤적거릴 때에도 ‘달가닥달가닥’ 소리보다는 ‘딸가닥딸가닥’ 소리가 식구들 귀를 더 괴롭힐 것이다. 목욕을 하면서 몸을 ‘박박’ 미는 것보다는 ‘빡빡’ 밀었을 때 때가 더 잘 벗겨질 것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동전이 굴러갈 때도 ‘데굴데굴’ 굴러갈 때보다는 ‘떼굴떼굴’ 굴러갈 때 더 빨리 멀어지는 듯이 느껴진다. ‘거뭇거뭇’ 그을린 얼굴보다는 ‘꺼뭇꺼뭇’ 그을린 얼굴이 더 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ㄱ, ㄷ, ㅂ, ㅅ, ㅈ’ 같은 예사소리가 ‘ㄲ, ㄸ, ㅃ, ㅆ, ㅉ’ 같은 된소리로 변하면 느낌이 사뭇 세진다. 이런 어감의 변화는 ‘발갛다-빨갛다’ 같은 형용사나 ‘보얘지다-뽀얘지다’ 같은 동사 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흉내말에 쓰인 예사소리는 된소리를 넘어 ‘ㅋ, ㅌ, ㅍ, ㅊ’ 같은 거센소리로까지 변화하는 일이 있다.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삥삥’ 돌면 속도감이 더 나고, ‘핑핑’ 돌게 되면 어지러울 정도가 된다. 엄마 뒤를 ‘졸랑졸랑’ 따라가던 아이가 ‘쫄랑쫄랑’ 따라간다고 하면 좀더 잰 발걸음이 느껴지고, ‘촐랑촐랑’ 따라간다면 더 커진 보폭에다 두 팔까지 흔들어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것은 형용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감감한’ 곳보다는 ‘깜깜한’ 곳이 더 어둡게 느껴지고, ‘캄캄한’ 곳은 이보다도 더 어두워지면서 왠지 두렵다는 느낌마저 안겨준다.

이렇게, 거센소리는 된소리보다도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폭죽은 ‘꽝’ 하고 터지지만 폭탄은 ‘쾅’ 하고 터지는 것이다. 눈물방울은 ‘뚝뚝’ 떨어지지만, 막 쏟아지기 시작한 굵은 소나기 방울은 ‘툭툭’ 떨어진다. ‘낄낄’ 웃던 사람이 ‘킬킬’ 웃게 되면 소리가 더 커지면서 머리까지 흔들리게 된다.

흉내말은 말 그대로 실제 소리나 모습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흉내내기 위해 생겨난 말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다음과 같은 의성어들은 이런 목적을 제대로 실현한 낱말들이다: 왁자지껄(왁자하게 떠들고 지껄이는 소리), 우지끈뚝딱, 우당탕퉁탕, 왁다글닥다글, 왈카닥달카닥, 두리둥둥(북 따위를 약하고 세게 잇달아 치는 소리), 꽹그랑꽹꽹깽(꽹과리를 마구 치는 소리), 쿵더덕쿵더쿵(북이나 장구를 치는 소리), 늴리리쿵더쿵(퉁소·나팔 같은 관악기와 장구, 꽹과리·북 같은 타악기가 뒤섞인 풍악 소리) ….

지금까지 나온 여러 낱말에서 알 수 있듯이, 흉내말 중에서도 특히 의성어는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소리가 죽 이어지다 끝나는 때가 있다. 우리말의 의성어는 이런 소리까지 표현한다. ‘땡그랑땡그랑땡강(뗑그렁뗑그렁뗑겅)’ ‘짤가닥짤가닥짤각(철커덕철커덕철컥)’ 같은 낱말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