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tomer center

고객센터;

육아정보/상식

‘무르다’에서 나온 ‘물렁물렁’
등록일 2014.07.11  
언젠가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말의 수많은 의성어·의태어에 ‘-거리다’ ‘-이다’ ‘-대다’ 중 하나를 붙이면 동사가 된다(가끔은 ‘-하다’가 붙기도 한다). 그래서 흉내말은 동사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불려주는 노릇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반대로 동사나 형용사에서 의성어·의태어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뒹굴다’라는 동사는 ‘뒹굴뒹굴’이라는 의태어의 어원이다. 역시 의태어인 ‘흔들흔들’은 ‘흔들다’에서 온 말이다. ‘만지다’에서는 ‘만지작만지작’이 나왔고, ‘주무르다’에서는 ‘주물럭주물럭’이 생겨났다. ‘수면에 어린 달 그림자’에 쓰인 ‘어리다’는 ‘어른어른’이라는 의태어의 뿌리다. ‘줍다’의 방언인 ‘줏다’는 ‘주섬주섬’이라는 흉내말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사람이 왜 이렇게 물러 터졌니?’ 할 때의 ‘무르다’는 ‘물렁물렁’의 어원이다. ‘세상을 둥글둥글 살아라’에서 ‘둥글둥글’은 ‘둥글다’에서 온 말이다. 색깔을 나타내는 형용사들인 ‘검다’ ‘희다’ ‘파랗다’ ‘푸르다’는 각각 ‘거뭇거뭇’ ‘희끗희끗’ ‘파릇파릇’ ‘푸릇푸릇’ 같은 의태어의 부모다.


흉내말 중에서도 특히 의성어는 동사와 형용사뿐 아니라 명사까지 만들어낸다. ‘꽹과리’는 이 악기가 내는 소리를 흉내 내서 지은 이름이다. 해금이나 바이올린을 낮잡아 이르는 ‘깽깽이’(또는 ‘깡깡이’)도 마찬가지다. ‘개굴개굴’ 우는 것은 ‘개구리’고 ‘맹꽁맹꽁’ 우는 것은 ‘맹꽁이’다. ‘귀뚤귀뚤’ 울면 ‘귀뚜라미’고 ‘쓰르람쓰르람’ 우는 것은 ‘쓰르라미’다. ‘매미’는 ‘맴맴’ 하고 운다. ‘기러기’는 ‘기럭기럭’, ‘따오기’는 ‘따옥따옥’, ‘뜸부기’는 ‘뜸북뜸북’, ‘부엉이’는 ‘부엉부엉’, ‘뻐꾸기’는 ‘뻐꾹뻐꾹’ 운다.

흉내말 중에서 특히 의성어는, 아직 정식으로 사전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언중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별명’들도 곧잘 만들어낸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6·25전쟁 때 ‘쌕쌕’ 소리를 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던 미제·소련제 제트전투기를 ‘쌕쌕이’라고 불렀다. 오랜 옛날부터 이 땅의 어린아이들은 돼지를 ‘꿀꿀이’로, 강아지를 ‘멍멍이’로, 고양이를 ‘야옹이’로 통칭해왔다. 요즘 아이들은 ‘삐약삐약’ 우는 병아리를 ‘삐약이’라고 부른다. ‘꽥꽥’거리는 오리는 당연히 ‘꽥꽥이’다. 방귀대장 ‘뿡뿡이’도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시들지 않는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말은 변하기 마련이다. 어떤 변화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때 ‘발전’이나 ‘진화’가 된다. 우리말의 의성어와 의태어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를 거듭해왔고, 이 과정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강아지가 내지르는 ‘깽’ 소리는 ‘깨갱’으로 발전했고, 이 소리가 한 번 더 반복되면서 ‘깨갱깨갱’을 낳은 뒤 ‘깨개갱’으로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겁먹은 강아지 소리 흉내말 네 식구’는, 몸을 움츠리고 내빼는 강아지의 모습을 실제와 방불하게 전달하는 데 결정적인 노릇을 하고 있다.

언젠가 잠깐 살펴보았듯이, 흉내말의 진화는 똑같은 말뿐 아니라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는 쪽으로도 진행되었다. 그래서 ‘곤드레만드레’니 ‘붉으락푸르락’이니 하는 무수한 표현들이 생겨나게 됐다. 이렇게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면 자연히 말에 리듬이 생겨나게 된다. 반복이 만들어내는 리듬감은 우리말의 표현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대구(對句)의 바탕이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 덧글 0개
  • 등록순
  • 조회수 709
덧글 등록 영역
이전

깜깜’보다 ‘캄캄’이 더 어둡다

2014. 07. 11
다음

리듬감 살리는 대구와 반복

2014. 07. 11
고객센터
031-211-3451

평일 09:00~19:00 / 토요일 09:00~15:00

전화 연결
051-891-3450

평일 09:00~19:00 / 토요일 09:00~15:00

전화 연결
032-515-3450

평일 09:00~18:00 / 토요일 09:00~12:00

전화 연결
052-269-3451~2

평일 09:00~19:00 / 토요일 09:00~15:00

전화 연결
055-264-3451

평일 09:00~19:00 / 토요일 09:00~15:00

전화 연결
대전 042-487-3450~1전화 연결 세종 044-417-6450전화 연결

평일 09:00~19:00 / 토요일 09:00~15:00

무료문자서비스